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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숭실대 최정일 교수, 매경이코노미스트 칼럼 기고 <기업승계는 미래의 문제다>

작성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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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기업은 '사회적 자산'
협력업체·지역경제 살려
고용유지 등 조건 충족 땐
상속세 유예도 검토해야
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경영학회장
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경영학회장

기업인들 사이에서 '창업보다 승계가 더 어렵다'는 말이 더 이상 과장이 아니다. 어렵게 창업해 수십 년간 기술과 거래처를 쌓았지만 승계 과정의 세 부담과 복잡한 요건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종자기업 농우바이오는 창업주 별세 후 상속세 납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했고, 결국 농협경제지주가 경영권을 확보했다.

상속세는 부의 대물림을 억제하고 조세 형평성을 높이는 중요한 제도다.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그 역할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업 승계를 아파트나 금융자산의 상속과 똑같이 바라보는 것도 적절하지 않다. 기업은 소유주의 사적 재산인 동시에 근로자의 일터이며, 협력업체와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생산 기반이다.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과 조직문화, 고객 신뢰와 산업 네트워크는 장부상 자산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승계가 중단되면 단순히 소유주만 바뀌는 것이 아니다. 핵심 인력이 이탈하고 연구개발과 장기 투자가 위축되며, 협력업체와 지역의 고용까지 흔들릴 수 있다. 물론 외부 매각이 언제나 부정적인 것은 아니다. 새로운 자본과 전문경영 체제가 성장을 촉진하기도 한다. 그러나 세 부담 때문에 경쟁력 있는 기업이 불가피하게 매각되거나 핵심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저성장과 저출생, 고령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오늘날에는 기존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일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새로운 기업 육성과 함께 경쟁력 있는 기업이 세대를 넘어 성장하도록 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기업이 세대를 넘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곧 산업 경쟁력이다.

독일과 일본은 이를 제도에 반영하고 있다. 두 나라 역시 상속세를 유지하면서도 기업자산을 일반 재산과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는다. 독일은 기업 유지와 임금총액 요건을 충족하면 기업자산에 대해 85%의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보다 엄격한 요건에서는 100% 면세도 허용한다. 일본은 비상장 중소기업 주식의 승계에 대해 상속세와 증여세 납부를 유예하고, 후계자가 계속 경영하는 등 법정 요건을 유지하면 유예를 지속하거나 일정한 경우 유예된 세액을 면제한다. 두 나라 모두 상속세를 폐지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지속과 고용 안정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였다. 이는 기업을 단순한 상속재산이 아니라 고용과 투자,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는 생산자산으로 보기 때문이다.

우리도 상속세 폐지와 현행 유지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일정 기간 고용과 연구개발 투자를 유지하는 기업에는 장기 분할납부와 납부유예를 확대하고, 가업승계 제도의 대상과 요건을 현실에 맞게 조정해야 한다. 실제 경영권 가치와 무관하게 기업가치를 일률적으로 높여 평가하는 방식도 합리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재 가업상속공제는 일정 요건을 갖춘 중소·중견기업에 적용되지만, 사전 경영기간과 사후관리 요건이 엄격해 제도 활용이 쉽지 않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살펴야 한다. 다만 이러한 세제 지원은 고용 유지와 투자 확대를 전제로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혜택을 환수하는 등 엄격한 사후관리가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기업인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일자리와 산업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사회적 투자라는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상속세는 과거에 축적된 부를 바라보는 제도다. 그러나 기업 승계는 미래의 산업과 일자리를 결정하는 문제다. 이제 논의의 초점을 '얼마를 물려줄 것인가'보다 '기업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가'에 맞춰야 한다. 기업은 한 세대의 재산이 아니라 세대를 이어 함께 키워가는 사회적 자산이다. 기업이 세대를 넘어 성장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춘 나라가 결국 경쟁력 있는 나라다.

[최정일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한국경영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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