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중공업·LS일렉트릭·HD현대일렉트릭 1분기 수주잔고 역대 최대
북미 AI 데이터센터·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에 공급 부족 지속 전망
EU 친환경 규제 대응 본격화… SF6 프리 차단기 시장 확대 예상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맞물리면서 국내 전력기기 업체 수주잔고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시작된 전력기기 수요 확대가 유럽 친환경 전력기기 전환과 중동 지역 전력망 투자 수요로 이어지면서 국내 업체들은 생산능력 확대와 현지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 북미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수주잔고 32조원 돌파
전력기기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일렉트릭과 효성중공업, LS일렉트릭 올해 1분기 말 기준 합산 수주잔고는 32조원대를 기록했다.
세 기업 모두 1분기 기준 역대 최대 수준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확대되면서 안정적 수주 기반을 구축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주 증가 배경에는 북미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 나서면서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배전반 등 전력기기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2월 미국 송전망 운영사와 7871억원 규모 765kV 초고압 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전력기기업계 단일 계약 기준 최대 규모다. LS일렉트릭은 북미 지역 배전반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으며 HD현대일렉트릭도 북미 중심 수주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 확대… 공급 부족 장기화
북미 시장 성장세는 AI 데이터센터 투자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송전망 상당수는 설치 후 25년 이상 경과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대형 변압기 평균 사용 연한도 40년을 넘긴 것으로 파악된다. 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신규 전력 수요와 노후 설비 교체 수요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전력기기 공급 부족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에너지 전문매체 ‘PV매거진’은 최근 전력 변압기 공급 제약으로 주요 장비 인도 기간이 최대 4년까지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국내 업체들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 멤피스 공장 증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HD현대일렉트릭은 미국 앨라배마 생산법인 확장을 추진 중이다. LS일렉트릭도 미국 유타 공장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 EU 친환경 규제 대응… SF6 프리 차단기 시장 확대
유럽 시장에서는 친환경 전력기기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6년부터 온실효과가 큰 불화온실가스 사용을 단계적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가스절연차단기(GIS)에 사용되는 육불화황(SF6)을 대체하는 친환경 차단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비즈니스리서치인사이츠에 따르면 글로벌 SF6 프리 차단기 시장은 2024년 54억달러에서 2033년 74억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4월 질소와 산소 기반 드라이에어 절연가스를 적용한 145kV 가스절연 차단기 양산을 시작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420kV급 SF6 프리 차단기 개발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LS일렉트릭은 친환경 가스절연차단기 기술을 바탕으로 유럽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다.
◇ 중동 전력망 투자 확대… 현지 시장 공략 강화
중동 시장도 국내 전력기기 업체 주요 공략 지역으로 꼽힌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를 중심으로 전력망 투자와 도시 인프라 구축 사업이 확대되면서 변압기와 차단기, 배전 설비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LS일렉트릭은 지난 8일 자사 전력시험기술원(PT&T)을 UAE 두바이 전력청 공인 시험소로 등록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시장에서 전력기기 인증에 필요한 기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사우디아라비아 법인을 중심으로 중동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회사 측은 사우디아라비아가 2026년 말까지 변전소와 송전선 등 전력망에 1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인 만큼 관련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중공업도 사우디 ‘비전 2030’ 정책에 따른 전력망 확충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전력기기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2030년 이후에도 공급 부족 가능성”
업계에서는 현재 전력기기 호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북미 AI 데이터센터 확대와 노후 전력망 교체, 유럽 친환경 규제, 중동 전력망 투자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채선영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 전력기기 기업들의 증설이 마무리되는 2030년 이후에도 일정 수준 이상 공급 부족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노후 설비 교체와 데이터센터, 신재생에너지 관련 수요가 동시에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미를 중심으로 형성된 전력기기 수요가 유럽과 중동으로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 해외사업 기회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