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경제] 150년 테크기업의 몰락... ‘日 전자산업 상징’ 도시바 12월 상장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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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품질경영학회 / 2023-10-21 / 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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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년 역사의 일본 전자 기업 도시바(東芝)가 12월 20일 도쿄 증시에서 사라진다. 도시바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다음달 임시 주총을 연 뒤 12월에 상장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49년 도쿄 증시에 상장돼 꾸준히 시총 상위 자리를 이어온 일본 대표 우등 기업이 회계 분식 스캔들, 미 원전 자회사 대규모 손실로 심각한 경영 위기에 빠지며 사모펀드에 매각된 끝에 74년 만에 상장 역사를 끝내는 것이다.
도시바는 현대 테크 업계의 핵심인 ‘반도체’와 ‘컴퓨터’에서 압도적 혁신을 선보인 기업이다. 전원이 꺼져도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반도체 ‘낸드 플래시’(1986년), 노트북PC(1985년)를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미국을 압도하는 기술력을 자랑했다. 하지만 회계 부정 스캔들에서 드러난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연공 서열 위주의 경직된 조직 문화, 시장 트렌드를 읽지 못한 폐쇄적 경영으로 인해 쓸쓸한 퇴장을 맞게 됐다.
그래픽=김성규
◇낸드·노트북 등 효자 사업 잘라내
일본 투자펀드 ‘일본산업파트너스(JIP)’는 지난 9월 도시바 주식의 78.65%를 확보했다. 주식 공개 매수 기준을 충족한 JIP는 나머지 도시바 주식도 강제 매입할 수 있다. 펀드 측은 도시바 상장폐지 이후 기업 가치를 올려 재상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IT 업계에서는 재상장 이후에는 단기 실적 위주 사업을 할 가능성이 높아 이전 도시바처럼 기술 기업의 가치를 회복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도시바는 1875년 기계공학자 다나카 히사시게(田中久重)가 설립한 ‘다나카 제작소’에서 출발한다. 다나카는 러시아가 일본에 들여온 증기기관차를 보고 일본 최초 증기기관차를 개발해 ‘일본의 에디슨’이라 불린 인물이다. 이후 재벌 기업 미쓰이에 인수되며 ‘시바우라 제작소’로 변경되는 등 4차례 사명이 바뀌며 현재의 ‘도시바’가 됐다. 도시바는 ‘도쿄’와 ‘시바우라’의 한자 앞글자를 따서 만들어졌다.
수시로 바뀐 사명처럼 기업 운명도 부침을 거듭했다. 가전을 비롯해 전자 산업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췄지만 결정적 경영 실패로 2010년대 들어 알짜 사업을 모두 팔아야 했다. 영업이익을 2조원 부풀린 회계 분식 스캔들과, 야심 차게 사들였던 미 웨스팅하우스의 손실 때문이었다. 영업이익의 90%를 벌어들이던 메모리 사업부를 2017년 한국 SK하이닉스 등이 참여한 ‘한미일 연합’에 2조엔에 매각했다. 의료기기 부문은 같은 해 카메라 기업 캐논에, ‘다이나북’으로 세계 노트북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던 PC 사업부는 2018년 샤프에 매각했다. 150년 기술 기업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2017년 ‘도시바의 비극’을 펴낸 오시카 야스아키는 “도시바는 일본 특유의 인세이(院政: CEO가 임기가 끝나고 상담역이나 고문을 맡아 후임 경영진을 감독하는 일본 특유의 경영 시스템)가 심해 사원 20만명의 피와 땀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오사나이 아쓰시 와세다대 교수는 “도시바는 기술적 우위만 있으면 비즈니스에서도 우위에 설 수 있다는 착각으로 실패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반도체 전수한 삼성에 역전
도시바는 1992년 다른 낸드 플래시 기술 규격을 채택한 미 인텔과 경쟁하기 위해 한 수 아래로 봤던 삼성에 기술을 이전하며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이는 결정적인 패착이 됐다. 낸드의 성장 가능성을 본 삼성전자는 기술이전 이후 생산 설비 투자를 단행하며 1990년대 후반 단숨에 시장 2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위기를 느낀 도시바가 2001년 삼성에 반도체 합작사를 제안했지만 삼성은 거절했고, 이듬해 낸드 글로벌 1위로 올라섰다.
반도체 수율(收率·생산품 대비 정상품 비율)을 높여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던 삼성과 달리 도시바는 3차원 적층 같은 신기술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고집했지만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1980년대 도시바 반도체 사업을 이끌었던 가와니시 쓰요시 전 부사장은 한 인터뷰에서 “임원 회의에서 낸드 추가 투자를 할지 말지 우물쭈물하는 사이 삼성은 성공을 믿고 과감히 투자했다. 경영 판단 속도에서 차이가 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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