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사] 누리호와 함께 날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누리호 체계종합 등 핵심역할 맡아

항공기 엔진 부품 공급으로 기술력 쌓아

K-9 자주포 등 방산 부문이 캐시카우

한국판 스페이스X에 가장 근접하다는 평가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가 날아 오르는 장면인데요. 무게 1톤 넘는 위성을 지구 궤도에 안착시킬 수 있는 나라 반열에 한국도 마침내 올랐습니다. 성공한 나라가 미국, 일본, 프랑스 등등 7개국 밖에 없다고 하죠. 윤석열 대통령도 "우리나라가 우주 강국 G7에 들어갔다는 신호"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1993년 과학로켓 시험 발사를 시작으로 숱한 실패 끝에 거둔 성공이었기에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번 누리호 3차 발사는 이전 발사 때와 좀 다른 게 있는데요. 민간 기업의 참여가 크게 늘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민간 기업은 로켓 부품만 만들어 주고, 실제 발사에는 거의 참여하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로켓 부품 조립부터 발사 전 과정을 대부분 함께 참여 했습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체계 종합, 엔진, 임무제어시스템 같은 핵심 분야에 두루 참여했어요.

 

누리호와 함께 날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안재광의 대기만성's]

 

 

앞으로 누리호보다 훨씬 큰 차세대 발사체 개발에도 중추적인 역할을 할 예정입니다. 한국이 앞으로 민간 우주 시대를 여는 첫 발을 이번 누리호 발사로 내딘 셈입니다. 미국의 스페이스XNASA로부터 기술과 일감을 받아서 세계 최대 우주 기업으로 성장을 했는데요. 이번 주제는 한국의 스페이스X를 꿈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많이 들어본 회사는 아니죠. 원래 오래된 회사인데, 이름을 계속 바꿔서 잘 알려지진 않았어요. 이 회사 1977년 설립됐는데, 당시에는 삼성정밀공업이었어요. 아니, 한화가 아니라 삼성이었네요? , 맞습니다. 삼성정밀공업은 1987년 삼성항공으로, 2000년 삼성테크윈으로 이름을 바꿨고, 2015년 한화그룹과 삼성그룹 간 '빅딜' 때 한화로 넘어온 회사 중 하나 입니다.

 

누리호와 함께 날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안재광의 대기만성's]

 

 

한화에어로스페이스란 이름은 2019년부터 쓰고 있으니까, 이제 갓 4년 밖에 안 됐습니다. 이 회사 원래 사업은 항공기, 전투기에 들어가는 엔진 부품을 만드는 것이죠. 한국 공군의 F-15K 전투기, T-50 고등훈련기, 한국형 헬기 수리온 같은 엔진 제조를 맡았습니다. 한국형 중형 공격기 KF-21 '보라매' 엔진도 미국 GE로부터 기술을 받아서 국산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또 보잉이나 에어버스 같은 민항기 엔진에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품이 들어가 있는데요. 이런 민항기 엔진은 제너럴 일렉트릭(GE), 프랫&휘트니(P&W), 롤스로이스 세 곳이 과점하고 있는데, 이 세 곳에 전부 부품을 공급하고 있어요. 쉽게 말하면 엔진 디자인은 GE 같은 곳에서 하고, 도면 대로 만들어 주는 OEM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항공기 엔진 부품. 굉장히 고부가가치 산업이죠. 처음 사업을 할 땐 무조건 싸게 했는데. 기술이 쌓여서 지금은 싼 것 보다는, 잘 만드는 것에 주력하고 있어요. 롤스로이스의 최고 협력사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누리호 개발에 참여한 것도 이런 항공기 가스 터빈 엔진 기술이 있었기 때문이었어요.

앞으로 우주 산업이 돈이 될 것이 분명하고, 이 시장에서 경험을 쌓는다면 엄청난 사업 기회가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건 좀 멋 훗날의 얘기죠. 당장 돈이 될 것은 아니에요. 사실 상업용 로켓으로 쓰기엔 아직 갈길이 멉니다.

 

누리호의 위성체 1kg당 발사 비용은 10억원 가까이 하는데요. 미국의 민간 로켓 기업 스페이스X126만원쯤 하니까, 700배 넘게 비싼 셈입니다. 당분간은 돈보다 기술 쌓는 데 주력해야 할 것 같죠.

 

누리호와 함께 날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안재광의 대기만성's]

 

 

그럼 돈은 뭘로 버느냐. 가장 매출이 많이 나오는 게 방위산업 분야 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매출에서 방위산업이 차지하는 비중, 50%나 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자회사로 있었던 한화디펜스, 그리고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방산 부문을 얼마 전에 흡수해서 국내 최대 방산 기업이 됐습니다. 한화디펜스는 K-9 자주포가 대표 상품인데요. 세계 자주포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을 정도로 자주포 분야에선 독보적입니다.

 

이 자주포는 빠르게 발사하면 15초 안에 연속으로 세 발, 1분당 6발에서 8발까지 쏠 수 있습니다. 포탑을 완전히 자동화 해서 1분에 최대 10발 쏠 수 있게 성능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습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가 표준으로 하는 155mm 포탄을 쓰고 있어서 서방의 무기와 호환성도 좋습니다.

 

누리호와 함께 날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안재광의 대기만성's]

 

 

그래서인지, 지난해에 폴란드가 20조원 어치나 한국 무기를 구매하기로 했는데, 여기에 당연히 K-9 자주포가 들어갔습니다. 무려 650대나 사기로 했어요. 작년에 이미 24대가 나갔고, 올해 24, 내년 82대 이런 식으로 계속 공급이 이뤄질 예정입니다.

  

또 다연장로켓 천무도 288대나 사기로 했어요. 발사대만 288대란 것이고, 여기에 들어가는 미사일이 2만개가 넘을 겁니다. 천무 수주액만 5조원 어치가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K-9, 천무 이런 무기를 지상군이 쓴다고 해서 지상방산이라고 하는데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상 방산 수주 잔고가 20233월말 기준, 19조원을 넘습니다.

 

이 수주가 매출로 잡히면 수익성도 꽤 좋은데요. 지상 방산 부문의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이 21%나 됐습니다. 꽤 짭짤하죠? 지난해 폴란드 처럼 대량으로 발주가 나올 것들도 앞으로 있어요. 대표적인 게 호주의 신형 장갑차 도입 사업이죠. 호주 육군은 M113이란 구형 장갑차를 신형으로 바꿀 예정인데, 150대 넘는 물량이 조만간 나올 것이라고 해요.

 

원래 이 사업은 올해가 아니라 작년에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예산 문제 탓에 계속 늦춰져서 이제서야 나온다고 합니다. 수량도 당초에는 450대를 얘기했는데, 계속 쪼그라들어서 지금은 200대 미만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옵니다. 금액으론 20조원 안팎 될 것 같아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레드백이란 매우 뛰어난 장갑차가 있죠. 이스라엘, 캐나다, 그리고 호주가 이 장갑자 개발에 참여했습니다. 경쟁자로는 독일 라인메탈의 '복서'가 꼽히는데요, 독일 복서로 기울었다는 보도가 요즘 외산에서 계속 나오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비장의 무기가 몇 개 있어요. 우선 호주 질롱이란 곳에 K-9 자주포 공장을 짓기로 한 게 있는데요. 과거에 한화가 호주로부터 K-9 자주포와 탄약운반차 수주를 받으면서, 당근으로 제시한 게 현지 생산이었어요. 이 공장에서 장갑차 레드백까지 생산하면 호주 정부 입장에서도 자국에서 자주포, 탄약운반차, 장갑차 등등 다 생산하는 것이니까 꽤 괜찮은 옵션이 될겁니다.

 

여기에 한화에는 무기가 하나 더 있는데요. K-9 자주포의 껍데기에 해당하는 강판을 호주 것을 써주겠다. 이런 신호를 주고 있어요. 여기에 레드백까지 호주 강판을 쓴다면, 호주 정부 입장에선 고려하지 않을수 없을 겁니다.

 

코로나 이후에 확 꺼졌던 항공기 엔진 부품 사업도 좋아지고 있어요. 코로나 팬데믹이 해제된 이후에 항공사들이 비행기 주문을 막 늘리고 있는데, 이게 소화가 잘 안 되고 있죠. 항공기는 보잉과 에어버스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는데, 만드는 데 한계가 있어서 그래요. 당장 비행기 못 받으면 대한항공 같은 항공사들이 노선 늘리고, 편수 늘리고 이렇게 못하잖아요. 그럼 어쩔수 없이 기존에 쓰던 것 최대한 고쳐서 오래 써야 할겁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같은 부품 회사들은 새 비행기에 공급할 때보다 고쳐서 쓰는, 이걸 MRO라고 하는데, MRO 부품 공급할 때 마진이 훨씬 좋고 매출도 커요. 그러니까 노후 비행기가 많아지고, 이걸 고칠 때 필요한 부품 수요가 많아질수록,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수입이 짭짤해진다, 이렇게 이해할 볼 수 있겠죠.

 

사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원가보다 싸게 엔진 부품을 주는 것도 많은데요. 특히 아까 언급한 세계 3대 엔진 기업 중에 P&W, 여기에 공급하는 '기어드 터보 팬' 이란 것이 있는데. 이거 적자가 엄청 납니다.

 

누리호와 함께 날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안재광의 대기만성's]

 

 

그럼 왜 이렇게 적자 내고 파냐. 우선 쫙 깔아놓고, 나중에 고장나서 고칠 때 비싸게 팔아먹겠다, 이런 전략을 쓰고 있어요. 기어드터포팬 엔진은 에어너스의 A320 네오 같은 곳에 들어가는데, 지금까지 엔진 기준으로 3000대 넘게 팔렸어요. 이거 수주 잔고가 6500대나 합니다. 그럼 언제쯤 돈버냐. 이르면 4~5년 안에 돈이 팍팍 꽂힌다. 회사에선 이렇게 기대하고 있어요.

 

미래 성장동력, 또 하나 있는데. 도심항공모빌리티, UAM도 키우고 있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까지 매출 40조원, 영업이익 5조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022년 매출이 65000억원, 영업이익이 3700억원쯤 했는데, 조금 과감하게 잡은 면이 있긴 하네요.

 

그럼 뭘로 그렇게 돈 벌래. 아까 얘기한 방위산업, 그리고 항공기 엔진과 우주 분야, 그리고 마지막으로 UAM을 제시했거든요. 가만, UAM'갑툭튀'인데. UAMUrban Air Mobility의 약자인데요. 쉽게 말해 사람 탈 수 있는 커다란 드론 같은 겁니다.

 

동력을 기름이 아니라 전기로 하고. 어반, 그러니까 도심을 다녀야 하니까 활주로가 아니라 건물 옥상 같은 곳에서 헬기 처럼 수직으로 이착륙을 해야 하겠죠. 크기는 비행기 처럼 크면 건물 사이사이 다니기 어려우니까 최대한 작게 해야 하겠고요. 그래서 이해하기 쉽게 드론 택시라고도 많이 부릅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국의 오버에어란 회사를 통해 UAM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연내 시제기를 선보인다고 해요. 여의도 63빌딩, 김포공항, 야구장 이런데 다니 게 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좋긴 한데, 이건 좀 먼얘기 같은 느낌도 들고. 차라리 로켓 개발해서 달까지 가는 게 다 빠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누리호와 함께 날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안재광의 대기만성's]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을 죽 봤는데요. 주식 투자자라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주가가 올 들어서만 약 46%나 올랐는데, 꿈이 큰 만큼 주가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요.

 

K-9 자주포 같은 방산으로 돈 벌어서, 이걸 항공기 엔진이나 우주개발 사업에 투입하고. UAM 같은 완전히 새로운 태동하는 산업에 투자한다. 한화가 원래 한국화약, 방산에서 시작을 했는데. 우주로 가고, 도심을 떠다니는 드론 택시를 개발한다. 앞으로 어떤 성과를 보여줄 지 기대가 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의 스페이스X 될 지 눈여겨 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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