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천일보 <'발 빠짐'을 주의해야 한다> : 한국품질경영학회 김연성 회장

 

 

지하철 이용은 일상생활에 참 도움을 준다. 오가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짬짬이 스마트폰도 들여다보기도 하며, 또 가방 속 자료도 꺼내 읽을 수 있다. 지하철 앱으로 출발역과 도착역을 검색해 도착시간을 미리 알아볼 수 있어 약속시간 지키기에도 도움이 된다. 목적지로 갈 때 중간에 열차를 갈아탈 때에도 무턱대고 달리기보다는 다음 연결편이 언제 도착하는 지 확인하고 걸음걸이 속도를 조절할 수도 있다. 눈에 보이지 않던 일들을 데이터로 분석하여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쉽게 앱으로 보여주는 서비스는 일상생활에서 작지만 영향력이 큰 좋은 서비스 개선 사례라고 하겠다. 서비스경영에서는 이를 두고 가시성(可視性)을 높여서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지하철 앱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가 중요한 약속에 늦어 낭패를 보기도 하고, 가끔 이런저런 사정으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어 곤란한 상황을 겪기도 한다. 어떻게 하면 이런 부정확함을 개선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실제 정보와 앱에 올라온 정보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실제 정보를 더 정확하게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자주 연착되는 노선이 있다면 그 원인을 찾아서 개선하거나, 아니면 아예 출·도착 시간 정보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것이 나을 듯싶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 환승을 해야 하는 이용객은 어느 한 노선의 열차가 늘 연착하여 갈아타기 위해서 정신없이 달려야 간신히 연결편에 탑승할 수 있거나, 때로는 그래도 열차를 놓친다면 아침부터 불유쾌함을 느끼게 된다.

이런저런 지하철 운행에 관한 데이터가 정확하게 집계되고 공유될 수 있다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을 준다. 여기에다 몇 가지 데이터를 추가한다면 더욱 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출발과 도착 시간 정보와 더불어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은 사항은 실제 출발과 도착의 정확도 통계정보와 시간대별 구간별 혼잡도, 그리고 지하철역의 공기질 수준 등이 있겠다. 이런 데이터를 수집하고 공유하고 분석하여 개선할 수 있게 하는 일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공공행정서비스 모습이다. 디지털행정혁신의 일환으로 접근해도 좋을 듯싶다. 아예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담당기관이나 조직에서 이런 정보를 자체적으로 수집·분석하여 이용객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들에게 제공해 주는 제도의 마련과 개선도 필요하다. 예를 들면, 공항철도와 인천지하철 1호선이 만나는 계양역이나 서울지하철7호선과 인천지하철 1호선이 만나는 부평구청역, 그리고 지하철1호선과 서울지하철2호선이 만나는 신도림역 등에서 실제 정시출도착률, 시간대별 혼잡도, 지하철 공기질 등을 측정·제공해서 서비스품질관리시스템을 운영하는 방안도 강구할 수 있겠다.

품질경영 분야에서는 "측정 없이 개선 없다"는 격언이 있다. 측정의 목적은 개선의 기회를 찾는 데 있고, 측정하여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개선이 시작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다. 고객의 소리(VOC, voice of the customer)로 알려진 고객 불만이나 요청사항 등을 청취·수집·분석하는 시스템을 많은 조직에서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객들이 이야기하지 않는 숨겨진 요구와 불만사항도 찾아 해결하는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당히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이제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서 이를 해결해 내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데이터 수집·분석이 그 출발점인데, 측정을 통한 개선이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들이 올린 댓글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하철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한다. 한 걸음 더 발전을 하기 위한 제도개선과 시도가 이제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면서 필요한 시점이다.]작년 겨울 방학에 런던 시내에서 며칠 머물며 세미나에 참석하고 덤으로 유적지도 돌아보면서 지하철 이용 기회를 가졌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되었다는 런던지하철은 그 역사를 반영하듯 시설은 오래되어 보였고 갈아타기에도 불편함이 상당하였다. 그런데 정작 기억에 남는 것은 플랫폼으로 열차가 들어 올 때 "발빠짐 주의(mind the gap)"라는 안내방송이다. 승강장과 객차 사이에 간격이 있으니 잘못하면 발이 빠질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말이다. 지금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기대하는 수준과 공공서비스 제공 수준 사이에 격차가 있으니, 이를 측정하고 개선하라는 말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이제는 발빠짐 원인이 되는 격차를 개선할 방안을 찾아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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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천일보(http://www.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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