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소영교수 ‘데이터 마이닝 전문가’ 인터뷰

[인터뷰] ‘데이터 마이닝 전문가’ 손소영 연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

 

데이터 기반 융합적 혁신 위해…협조적 경쟁(co-opetition) 필요

여성 최초수식어 달고 산 홍일점 40여 년성별 뛰어넘은 연구 열정으로 유리천장 녹여
중소기업 기술평가보증모형 개발로 연 900억 국가 손실 감소
산학연 R&D 협력 위해선 선한 미션을 기반으로 연구자존중문화 필요

 

손소영 연세대학교 교수는 국내외 공학계에서 손꼽히는 데이터 마이닝(data mining) 전문가다. 산업공학에서 고전적인 분야였던 품질 및 신뢰도공학 연구에 데이터 마이닝을 융합하여 기술 정책 및 경영 전반에 적용하는 연구 분야를 개척했다. 국가 R&D 효율성 향상을 위한 성과평가 프레임워크를 비롯해 기술신용보증모형, 기술상용화성공지수, 기술이전효과모형 등이 손 교수의 대표 성과다. 특히 손 교수가 개발한 기술평가시스템(KTRS)은 담보가 미력
한 중소기업의 기술평가를 통해 대출 여부를 보증하는 기존의 기술평가모형을 혁신적으로 향상시킴으로써 금융사고율을 현격하게 낮추고 기술금융 과학화에 기여했다. 최근에는 특허경영전략과 공간 빅데이터 마이닝 분야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며 주목을 받고 있다.
 
손 교수는 엄청난 연구 열정으로 유리천장 따위는 녹여버린 지 오래. 이제 이름 석 자만으로도 충분한 설명이 될 정도로 산업공학계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그도 연구경력의 대부분을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홍일점으로 살아냈다. 지금도 한국과학기술한림원 공학부 149명의 정회원 중 유일한 여성으로서 여성 후배양성이라는 묵직한 책임감을 안고 있다. 옅은 갈색의 안경렌즈 너머로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손소영 교수를 연세대학교 캠퍼스에서 만났다.




-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면서 산업공학에 대한 인기가 높아졌습니다. 처음에 어떻게 산업공학에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중고등학교 때 논리 전개의 명료함에 반해 수학을 무척 좋아했고, 대학진학도 수학과로 하게 되었죠. 그토록 바라던 수학과에 진학했는데, 공부를 해보니 저 수학이론을 배워서 어디에 쓸까하는 의구심이 드는 거예요. 그러다가 수학의 응용 분야인 산업공학에 대해 알게 되었어요. 산업공학은 수학처럼 이론을 정립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현실의 문제 해결에 깊이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산업공학에 대해 더 알고 싶어서 관련 있는 강의를 찾아서 저만의 커리큘럼을 만들었어요. 경영학과의 운영과학, 화공과 설비배치 디자인, 응용통계학과 강의를 들으며 산업공학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죠. 철학으로 느껴지던 수학이 현실에 적용되는 것을 보면서 희열을 느꼈어요.
 
- ‘데이터 마이닝은 어떤 학문입니까?
말 그대로 정보를 캐어 내는일이에요. 수많은 산업 데이터, 사회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패턴을 찾아 분석하고 이를 이용해서 새로운 혜안을 얻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비즈니스모형을 개발하죠. 요새와 같은 빅데이터 시대에는 수리 데이터뿐 아니라 글, 그림, 영상 등 광범위한 데이터를 활용하며, 무엇보다 마이닝의 목적이 중요해서 저는 “Solve for Good!”이라는 표현을 좋아합니다. 데이터 마이닝은 초기에 제조/공학(화력 발전 보일러 효율, 항공모함 센서분류, 자동차 부품 공정분석) 분야에서 시작하여 사회문제(도로 교통사고 마이닝), 기술신용보증모형, 기술이전효과모형 등을 개발하는 기술경영 분야에 적용한 연구를 했고, 이를 생활과 인접한 공간이라는 개념과 연계시킨 공간 빅데이터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산업공학이 융합학문이다 보니 다양한 학문과 연계할 수 있다는 점이 또 다른 매력이에요. 이에 따라 만나는 분들도 다양하죠. 이전에는 행정학, 사회학, 인류학, 심리학 분야 전문가와 만났다면 이제는 지리학, 도시공학을 하는 분들과도 협업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사회 문제를 풀어가는데 각 전공별로 주요 시각이 어떻게 다른지를 이해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고 봅니다. 이를 통해 효율적인 협업의 방법도 체득하고 있습니다.
 
- 세계 최초 기술기반 중소기업 금융지원을 위한 KTRS 개발은 교수님의 대표 업적으로 꼽힙니다.
KTRS 개발을 시작하게 된 건 2003년 말 즈음이었어요. 런던 임페리얼컬리지(Imperial College)로 연구년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는데 기술보증기금에서 찾아왔어요. 기술보증기금은 중소기업들의 기술을 평가하여 융자 보증을 지원하는 기관으로 자금은 미력하지만 기술이 뛰어난 중소기업들에 큰 도움이 되고 있죠. 그런데 보증 지원받은 기업의 금융 사고율이 높아지면서 기금의 존속 여부를 두고 안팎으로 의견이 많았던 때였습니다. 기금에서 보증해줄 만한 기술기업을 선별해 낼 모형이 필요했던 거죠. 기술에 대한 평가, 기술을 운용하는 사람에 대한 평가, 시장성, 수익성 등에 대한 평가와 더불어 해당 기업의 융자 사고여부와 관련 약 5년간 누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술신용평가 모형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K-Technology Rating System까지 개발하게 된 거지요. KTRS를 도입한 후 기술융자사고를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1년에 900억 정도의 국가예산 손실을 막았습니다.
 
- 특허권, 지식재산권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신 계기도 KTRS라고 들었습니다.
KTRS에 대한 좋은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개발자인 연구자는 발명자로만 남을 뿐 특허권리는 인정받지 못한다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대학 내 산학협력단 등에 기술개발 및 이전 시스템이 수립되어 있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대학의 특허 시스템이나 규정, 산학연구 표준계약서 제도 등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당시 그 과도기를 경험하면서 연구자들이 열심히 기술개발에 참여하고 보상받을 수 있는 선순환을 위한 에코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 체감하면서 ‘Academic Patenting’에 대해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지식재산 창출, 활용, 보호, 신지식재산, 인프라 관점에 evidence based decision making을 할 수 있는 모형들을 만들었고 특허와 역사, 사회, 경제, 법 관점에서 확장하여 연구하고 있습니다. 많은 특허 기술이 대학, 대학원의 연구에서 비롯되잖아요. 연구자나 개발자 스스로가 기술의 가치추정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해요. 그래야 활용가치가 높은 지식재산을 창출할 수 있고 만족스러운 기술 이전도 가능하니까요. 이러한 내용은 올해 발간된 책 <특허로 답하다>에도 담았습니다. 연구하는 사람이 즐겁게 개발할 수 있고, 연구자를 존중하는 합리적인 산학연 연구개발 협업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 교수님께서 여성공학자로서 리더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주변의 기대가 많습니다. 실제 관련 활동도 많이 하고 계시지요?
1981KAIST 산업공학 석사과정에 진학했는데, 제가 최초이자 유일의 여학생이었어요. 그때 동성 친구 한 명 없이 외롭게 공부해서 그런지 여자 후배들에게 애정과 관심이 많습니다. 공학 분야는 여성 비율이 낮아서 여학생들이 진로를 선택함에 있어서 망설이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여학생들도 편견 없이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공학 분야를 알리기 위해 Youth Engineering Adventure Program(YEAP)도 디자인해 보았고, ‘미리 가본 산업공학프로그램을 만들어 초··고등학생을 우리 연구실에 초청해, 레고를 활용한 기업가정신 게임 등을 하며 산업공학을 쉽게 설명해 주는 자리를 마련했어요. 또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위셋) 멘토링 활동으로 여학생과학기술인 멘토링도 하고, 우리 대학교에는 주니어세미나 여성과 산업공학과목을 개설했던 적도 있습니다. 강의 시간에 여성 산업공학자의 대표적 인물인 릴리언 길브레스(Lillian Gilbreth, 1878-1924)를 소개해주기도 했죠. 길브레스는 열두 아이를 키워낸 어머니이자 훌륭한 산업공학자였고 경영심리학자였죠. 산업공학이 낯설거나 여자는 하기 어려운 학문이라는 고정관념을 희석시키고자 했던 시도였는데, 학생들의 반응이 아주 좋았어요.
 
- 여성 산업공학도에게 필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어느 분야나 그렇지만 사회가 나를 필요로 하는 실력 구축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이를 바탕으로 다른 것도 아우를 수 있는 포용력을 갖출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은 특히 자기 분야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는 경력을 쌓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사회 구성원으로 활동하며 함께 살아가는 조직의 성원으로서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참여하는 네트워크의 다양성, 성격, 크기와 본인의 역할과 역량에 따라 성장의 궤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제 시대에 가장 부족했던 것은 여성의 사회성이었으나 시대가 바뀌었고 네트워크 안에서는 협력(cooperation)과 경쟁(competition)을 적절히 결합한 협조적 경쟁(co-opetition)이 이루어질 때 활동의 효과가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성 공학도만의 세심함을 발휘할 수 있는 포용력도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이 다르더라도 함께하는 구성원들을 이해하고 포용할 때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림원 공학부의 유일한 여성 정회원으로서 한림원의 역할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도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공학부의 유일한 여성 정회원이라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어요. 좀 더 많은 여성 공학자분들이 한림원에서 함께할 수 있도록 눈에 띄는 40대 젊은 연구자들을 차세대회원으로 추천하려고 합니다. 저는 한림원의 가장 긍정적 부분을 이학, 공학, 농수산학, 의약학, 정책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가 모일 수 있다는 점을 꼽습니다. 융합 학문을 하는 입장에서 이는 매우 큰 특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여러 분야가 모여서 함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융합이 활성화될 수 있고 여기에 문화 활동이 가미되면 더없이 훌륭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또 대중들에게 과학기술을 알리고 홍보하는 활동도 한림원의 큰 역할이겠죠. 미국과학한림원의 ‘Cultural Programs of the NAS’는 자체 및 지역 전시관을 활용하여 과학문화 관련 그림 전시, 연극, 영화, 음악 활동을 하고 있는데 우리 한림원에서도 이처럼 과학기술을 대중화할 수 있는 주제를 많이 다뤄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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