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일보 <스펙트럼 인: 드시고 가세요? 포장해 가세요?> 김연성 교수님 기고글 소개
  • / 2018-04-20 / 2,036

 

안녕하십니까 ? 

한국품질경영학회 사무국입니다. 

저희 학회 학회장이신 김연성 교수님께서 인천일보에 기고한 글 소개해드립니다.

 

 

[스펙트럼 인] 드시고 가세요? 포장해 가세요?    

김연성 인하대 경영학과 교수·㈔한국품질경영학회 회장


    

 

새 봄에 가끔 떠오르는 고등학교 동창생이 있다. 그는 어느 월요일 아침에 한껏 흥분된 얼굴로 지난 토요일에 치킨을 먹었노라고 했다. 아이들이 "치킨이면 닭인데, 그게 뭐 대수?"냐는 반응을 보였다. 그 친구는 닭이 아니고 치킨이라고 다시 외쳤다. 그가 말한 치킨이 전기구이 통닭이랑 얼마나 다른 것인지 이해하기까지는 사실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얼마 전 집에서 TV로 축구 경기를 보면서 치킨을 먹자고 했더니 아내가 순순히 그러라고 했다. 그러자 대학생 아이가 자기가 주문하겠다며 휴대폰을 만지작거린다. 예전엔 냉장고에 붙여놓은 전단지를 찾아 전화를 했었을 텐데. 그저 휴대폰으로 주문을 다 했고, 게다가 자기가 오늘은 한턱 내겠다면 결제까지 했다고 한다. 카드결제가 되기 전에는 얼마냐고 미리 물어보고 잔돈을 준비해 놓거나 배달 올 때 잔돈 좀 챙겨 오란 이야기도 했었던 것 같다.

우리는 지금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치킨을 배달해 먹는 방식만 놓고 보더라도 참 다른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배달이 시작된 것이 그리 오래된 일도 아니지만, 경기 끝나기 전에 제때 배달된 치킨을 나눠 먹으며 배달이 참 많이 발전했음에 공감했다.

이미 우리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한다. 아예 치킨이라는 개념도 없다가 어느 날 치킨이 등장했다. 치킨이 먹고 싶으면 찾아가야 했는데, 어느 날 포장을 해주는 치킨집이 생겼다. 그러다 누군가가 배달 서비스를 만들어 냈고, 이제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치킨 배달 서비스에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미국 여행객에게 도움을 주는 생활영어 몇 가지 중에 "드시고 가세요? 포장해 가세요?(For here, or to go?)"가 있다. 음식을 주문할 때 종업원이 이렇게 물으면 "네(Yes)"라고 대답하는 실수를 하지 말고 뭔가 하나를 선택해 답을 하라고 알려 주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 잘못 알아듣다 보니, 이 질문에 곧잘 "네"라고 답을 한다고 한다. 이유는 그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란다.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인지 짐작을 한다면, 적당히 대답할 테지만,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니 당황해 엉뚱한 답을 한단다. 게다가 직접 방문해 주문을 하는 대신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또 다른 방식이 있다는 걸 모른다면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로운 선택의 대안이 등장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면 적절한 선택의 기회를 놓칠 수 있겠다. 뭔가 거창하고 복잡한 세상의 변화는 잘 알기 어렵더라도, 휴대폰 앱을 이용하여 치킨을 배달 주문하고 결제도 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것 정도를 이해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치킨 주문을 왜 전화로 하지 않느냐고 다그치거나 야단치지 않으며, 어떻게 처리했느냐고 물어보는 아량이다.  

은퇴 후 제주를 오가며 여가를 즐기는 원로교수님 부부를 최근에 뵈었다. 얼마 전에도 또 제주를 갔었는데, 그 교수님이 추운 날씨에 한참을 걸어가 슈퍼에서 생수 한 병 등을 사서 배낭에 넣어 다시 숙소로 돌아 왔다고 하신다. 그러자 사모님이 전화로 주문하면 배달해 주는지 물어보았다고 한다. 슈퍼의 답은 얼마 이상 금액이면 무료 배달이란다. 가서 사와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하기보다는 다른 방식이 있는지 물어보는 정도의 노력이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이 가능할 것 같다. 
최근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논문에서도 지금 중요한 것은 학습(Learning)이 아니라 과거의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려는 혁신(Unlearning)이라고 강조하였다. 본인이 알고 있는 것만이 옳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굳게 믿는 것도 좋지만, 혹시 다른 방법은 없는지 또 주변의 다른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대응하는지 살피는 것도 필요하겠다.

우리 생활 주변에는 이미 로봇과 인공지능이 가까이 자리를 잡고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은 로봇과 함께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면 얼마나 실감이 날까? 이 역시 절대 그럴 일이 없다거나 나와는 관계 없는 일이라고 외면하기보다는 어쩌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러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를 궁리해 봐야 한다. 치킨을 그냥 먹을 것인지, 아니면 포장해 갈 것인지, 또는 배달이란 제3의 방법을 이용할 것인지 이해하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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